영화 꿈쟁이 태라의 너무나도 솔직한 영화 리뷰
<미나리>
영화 미나리를 이제서야 드디어 보았다.
영화관을 잘 가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봐야지, 봐야지.' 한 게 2년이 지나 영화가 나온 지 3년이 거의 다 될 쯤에서야 보았다. 사실 언젠가부터 공연이든 매체는 어떤 작품을 보는 게 일 같이 느껴져서 쉽지가 않다. 오히려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을 더 즐긴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을 꿈꾸지만 오히려 대중들보다 작품들을 모른다.
사실 이것도 반강제로 보게되었다. 다시 배우로서 열심히 달려보고자 좋은 기회로 시작하게 된 배우 스터디에서 이번달 달성 미션으로 공부 겸 영화를 2편 보고 감상문을 쓰기로 했다. (안 지키면 어마어마한 벌금이 기다리고 있다ㅎㅎ) 공부를 위해 영화를 매주 한 편씩 보자고 혼자 다짐했을 때는 그렇게 안 보더니. 돈이 걸리니 나도 모르게 날짜를 계속 체크하며 데드라인이 언제까지 체크를 하고 있었다🤣
'독전'을 한 10분 보다가 도저히 못 보겠어서 조금 더 가볍고 일상적인 영화를 찾다가 만나게 된 영화 '미나리'. 오랜만에 마음 먹고 약 2시간이라는 장시간 동안 영화를 시청하였다.
전형적인 미국 영화 '미나리'
영화 '미나리'가 한창 이슈가 될 시기에 이 작품이 한국 영화냐 미국 영화냐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 보통의 대중들은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을 하고 한국말로 연기를 하니까 한국 영화라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제작사에 대한 관점으로 결국 이 영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가 어디냐를 보았을 때의 정답은 '미국 영화'.
'한국'이라는 코드를 영화에 잘 녹여낸 해외 작품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순히 '미국 제작사에서 만든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한 영화'라는 매체로서 주입된 인식이 강했다. 사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나의 느낀 주요한 점은 '그냥 미국 영화다...'의 느낌이 강했다. 한국 영화? 이런 의문이 난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산업에 종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고 공부를 한 사람이라 이렇게 느낄 수 있지만, 그런 나의 학문적 경험보다는 문화적인 경험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은 이민국가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melting pot이다. 내가 주관적으로 경험한 미국이라는 곳은 자신들의 출신이 어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미국인으로서, 또는 미국 사회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미국 땅에서 본인의 삶을 꾸려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즉, 나의 출신지 보다 미국 땅에 서 있는 '나' 자신의 주체 그리고 어떻게 '나'의 삶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는지 이 두가지가 더 크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미나리 속에 나온 가족의 이야기는 지극히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어날 수 있는 한 가정의 이야기며. 이 이야기는 솔직히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고 더 자연스럽다고 느껴진다. 주인공 가족들의 배경이 한국 출신이라는 점이 다른 나라 출신으로 변경되어도 어색하거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자랑스러운 '한국'이라는 소재
나는 '미나리'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가장 기뻤던 것은 감독이 한국계라는 점이었다. 미국에 방문했을 때, 미국이란 무대에서 소수인 아시아인 그 중 한국인 또는 한국계 배우 또는 아티스트로서 그들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살짝 엿보고 왔다. 그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더욱 돈독하게 지내고 조금이라도 대중들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힘쓰는 한국계 예술인들이 미국에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제 제작에 필요한 돈줄이나 힘을 가진 사람은 아직도 백인인 경우가 많아서 실제 최종 단계까지 한국사람이 올라가도 선택되는 경우는 크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 나라 자체가 쿨한 아이콘인 현재의 기류가 그러한 과거를 점차 변화 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영화 '미나리'도 큰 몫을 했다. (영어로 말하면 milestone)
이 이후 확실히 아시아계 제작자들이 더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제작이 더 자유로운 OTT시장에서 아시아인의 작품들이 성공을 하면서 이로서 제작 시장에서도 점점 아시아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이 현상은 나 또한 아시아인 배우 중 한 명으로서 환영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이야기나 소재가 많아지면 그만큼 한국 배우들에게도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앞으로 영화 '미나리' 같은 한국 소재의 작품 제작들이 많아져서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한국 배우들을 해외 무대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플롯에서 아쉬웠던 점
영화 미나리는 감독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의 어린 시절 자전적이 이야기가 담긴 영화다. 한국인으로서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영화지만,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없지는 않았다.
나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제이콥의 일꾼이자 거의 유일한 친구인 폴이 플롯상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한국 전쟁을 참여한 베테랑 출신이지만 고국에 돌아와서 제대로 된 일조차 하지 못하고 미국 사람들에게까지 무시당하며 미국 사회 하층민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물. 하지만 아칸소에 정착하려는 제이콥네 가족들에게 유일하게 다가와 친구가 되어준 인물이기도 하다. 제이콥은 때론 이해가 안 되고 어이가 없었지만 결국 폴의 조언에 따라 행동하고 움직이고 선택했다. 그렇기 때문에 폴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정보와 배경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쉽다. 내 생각에 제작비상의 문제로 폴에 대한 많은 부분들이 제거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폴에 대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영화 전반적으로 무언가 구멍이 느껴지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이런 '폴'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장면들이 더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아쉬운 또 한 가지 점은 '할머니' 순자에 대한 장면이다. 영화를 보면서 할머니의 건강 상태가 너무 급작스럽게 전개된 느낌이었다. 솔직히 난 할머니와 손자, 손녀들이 끈끈하게 얽히고 서로를 알아가는 장면과 사건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 없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아프면서 이야기 전개의 전환을 무리하게 시켰다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미국인 시청자 기준에는 충분히 할머니와의 시간이 있다고 판단을 한 것일까? 한국인인 나에게는 할머니와 손자, 손녀들이 가까워지는 특별한 일 없이 할머니가 급 아픈 것 같았는데. 할머니가 아프신 후 손자, 손녀들의 반응은 이미 할머니와 엄청난 유대감을 형성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 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할머니와 함께한 다사다난한 일상 장면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 것도 제작비 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그러게 빵오빠 돈 좀 더 주시지 그러셨어여....)
오랜만에 긴 호흡으로 즐겼던 영화 '미나리' 난 아무래도 이런 우리 삶에 가까운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좋은가 보다.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시청했지만 나에 대해서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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