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초. 연기 스터디 멤버들과 일본 유명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새로운 개봉작 '괴물'을 보고 왔다. 스터디원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터라 새로운 작품이라는 소식에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감독도 감독이지만 나는 함께한 배우들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아지게 했다. 고레에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안도 사쿠라와, 한 때 나를 일드를 보게 만들었던 청춘 배우 출신 나가야마 에이타. 젊은 시절 출연하신 드라마를 보고 깊이 있는 연기에 푹 빠졌었던 타나카 유코. 그리고 명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주인공 나카무라 시도까지. 일본 연기파 배우계를 대표하는 분들은 모두 모인 느낌이라 고레에다 감독과의 작업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초반부에는 엄마 안도 사쿠라의 시선으로 영화가 먼저 시작된다.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안도 사쿠라의 편하면서도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답게 흥미롭게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후 아들과 관련된 사건을 각각 다른 인물들의 시선으로 이 영화는 전개된다.
...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자꾸 언제 끝나는지 시간을 확인했다. 초반에는 긴급하고 속도감 있게 영화가 진행되었으나 주 시점이 되는 인물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반복해서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지루하게 만들었고. 또 반복된 사건의 시선들이 이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관객으로서 수집해야 할 단서들을 잃게 되어 머릿속에 물음표가 지어지는 경우도 후반으로 갈수록 많이 생겼다.
그래서 영화관을 나오면서 '드디어 해방이다!'라는 감정과 '이 영화는 뭐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이상하게 그 이후로 자꾸 이 영화가 생각나고 내 머리 속에 맴돈다. 하나의 사건을 다른 인물들의 시점으로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 영화관에서 시청하는 나를 지루하게 만들었고 무언가를 잊게 만들어 영화에 흥미를 떨어지게 만들었지만. 예전에 영화 인셉션을 보았던 것처럼 다시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마음에 이 '괴물'이라는 영화를 자꾸 들추고 싶게 만든다.
영화 '괴물'이 OTT시장에 풀리게 된다면 하나하나 실마리와 단서들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다시 감상해보고 싶다.
가부키 가문 출신인 '나카무라 시도' 배우는 정말 연기파 중 대배우이긴 한가보다. 영화 '괴물' 속에 몇 장면 나오지도 않았지만. 어찌 보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은 이 사람이고 또한 마지막 빗 속을 구르는 장면은 대사 하나 없는데 이 영화 중 가장 강렬하고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나도 많은 대사 없이도 이런 잊히지 않는 강렬함을 남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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